음악이라는 소통으로 뻔하지 않은 기획을 하는, 로컬크리에이터 박호경
SEMOA COMMENT
세모아는 <디깅로컬부산(Digging Local Busan)> 프로젝트로 부산의 여러 로컬 크리에이터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인터뷰 주제는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첫 번째 주자는 수영구에 위치한 라움프라다바코의 박호경 대표이다. 베리어 프리(Barrier free) 프로젝트부터 수익금 기부를 목적으로 하는 자선 음악회 개최까지. 청년을 위한 기획과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다. 음악으로 감동을 주고 싶어 하는 기획자. 추운 겨울, 따뜻한 난로가 되어줄 로컬 크리에이터 박호경에 대하여.
ㅣ박호경 대표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라움프라다바코의 대표 박호경입니다.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했고, 음악과 관련한 여러 활동을 기반으로 우리 지역의 문화를 기획하고 라움프라다바코라는 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청년예술인입니다.
ㅣ‘라움프라다바코’는 무엇을 하는 공간인가요? 어떤 사람들과의 소통이 이루어지는지 궁금해요.
라움프라다바코는 공간대관을 운영하기도 하고, 사업체인 부산의 문화 공간이에요. 공연 기획과 홍보 활동도 총괄해서 하고 있고요. 청년예술인부터 직장인, 다양한 청년들과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ㅣMBTI가 ENFP라고 하던데, 라움프라다바코가 MBTI가 있다면?
사실 저 말고는 다른 MBTI에 대해 잘 모르긴 하지만 (웃음) 이 공간도 저와 성격이 비슷한 것 같아요. 라움프라다바코는 색깔도 다양하고 밝고 편안한 느낌이라 저와 같은 ENFP인 것 같아요.


ㅣ진행하셨던 로컬크리에이터 활동과 과정에 대해 설명 부탁드려요.
첫 시작은 공간을 대여하면서부터였어요. 자신만의 공간에서 공연을 하고 싶었고요. 공연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청년들이 모인 커뮤니티와 네트워크를 운영하고자 했고 청년예술인들의 네트워킹 프로그램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활동을 했어요. 그리고 직장인과 예술 관련 전공인들이 모여 공연을 만들기도 하고, 영상 촬영을 하기도 하면서 많은 활동을 해왔던 것 같아요.
ㅣ공연이나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공공기관처럼 하지 말자.” 너무 뻔한 것이 아닌 지역과 사람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을 기획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헛되게 지나가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ㅣ요즘 ‘피아노’와 ‘힙합’이라는 장르를 결합하는 등 다양한 새로운 혼합장르가 많이 나오고 있는 추세에 이처럼 새로운 장르에 대한 공연을 기획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으신지 궁금해요.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얼마 전 피아노 독주회를 했는데 재즈와 클래식 사이에 있는 음악을 가야금과 결합하여 연주했었거든요. 서로 극과 극인 것들이 만나면 대비되는 느낌이 흥미롭고 재미있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ㅣ최근 베리어프리 문화공간을 만드는 <무장애 특공대>을 진행하셨는데, 이와 같은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서 공연에 어떤 방식으로 녹여내고 싶으신지 궁금해요.
평소 베리어프리 공연을 기획해보고 싶었어요. <무장애 특공대> 활동을 하면서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 분들과 함께 공연을 보러 갔었는데, 기술적인 면에서 많은 분들과의 협업이 필요한 부분일 것 같다고 느꼈어요. 아직까지는 문턱이 높은 것 같지만 해보고 싶어요.
ㅣ좋은 ‘소통의 장’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커뮤니티가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운영진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사람들을 대하고 기획해나가는지 늘 고민하는 자세가 중요하고요. 또 커뮤니티에서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이 잘 어우러지게 하는 능력도 갖춰야 하고요.

ㅣ‘음악우체부 수영’에서 모집된 사연을 선정해 음악을 연주해 선물한다는 점이 신선했고 새로운 소통방식이라고 느꼈어요. 이러한 소통 방식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세련되게 소통한다는 것이 매력적이죠. 사실 서로 모르는 사이인데 직접적으로 조언을 한다는게 조심스럽기도 해요. 그런 방식보다는 음악이 가진 힘을 이용해 노래를 통해 느껴지는 감동, 자신을 생각하며 음악을 연주하고 준비했다는 것에 대한 감동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ㅣ지역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할 것 같은데, 대표님만의 관계를 맺어나가는 방법이 있을까요?
모든 사람들은 커뮤니티에 올 때 저마다의 목적이 있거든요. 그 사람에게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도움을 주면서 마음을 열게끔 하는 것 같아요. 제가 도와주면 또 도움을 받기도 하면서,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ㅣ로컬크리에이터에게 커뮤니티 활동은 어떤 측면에서 중요한 것일까요? 커뮤니티를 통해 사람들과 연대하면서 자신에게 변화된 점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지역에서 뭔가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지역의 시민과 이웃들의 이야기를 잘 들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것을 어려워하고 궁금해하는지 연구해야 하고요. 그래야 커뮤니티를 만들 수가 있고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어요. 코로나로 인해 단절되었던 커뮤니티를 지속해 나가는 게 지금 시기에서는 중요한 것 같아요. 커뮤니티를 통해서 사실 많은 소스를 얻을 수 있었거든요.
ㅣ연대와 커뮤니티가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요?
내가 살고 있는 지역, 지금의 사회에서 뭔가 하나의 의미있는 역할을 한다는 것인 매력인 것 같아요.
ㅣ“여전히 청년 예술가들의 먹고사는 부분이 문제 되고 있다”라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특히나 어떤 부분에서 청년 예술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나요? 로컬 크리에이터가 그 부분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가 아직은 문화 선진국이 되지 못했어요. 눈에 뚜렷하게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 분야이다 보니 그것에 대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것 같아요. 예술이라는 게 노동시간과 결과물을 규정짓기가 어렵거든요. 예를 들어 공장에서 일하면, 노동자와 노동시간에 대한 개념이 확실하지만, 예술인들은 창작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노동의 시작이니까요. 그런 것들을 우리 나라에서는 노동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있어요. <청춘한끼> 라는 프로그램을 만든 이유도 이런 노동의 과정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어요. 로컬크리에이터로써 이런 활동을 한다면, 예술인들의 창작과정과 노동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를 높일 수 있겠죠.

ㅣ피아노를 전공하시다가, 단순히 연주자가 아닌 ‘기획’이라는 분야에 음악을 녹여내 전공자들에게 귀감이 될만한 새로운 진로의 길을 개척하셨다고 생각해요. 청년 일자리 문제, 진로 선택으로 고민하는 학생들 또는 로컬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조언을 하신다면?
예술가가 사회에서 해야 하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회적 문제가 정책이나 금전 등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을 예술을 통해 해결해나갈 수 있거든요. 예술 행위만이 예술 활동이 것이 아니라, 어떤 기획을 하고 일을 하는 것도 예술 행위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청년들이 이런 부분에 대해 시야를 넓혀보면 좋겠다고 조언해주고 싶어요.
ㅣ지금 현재 대표님께서 살고 계신 지역의 모습은 어떤가요? ‘부산’이라는 지역을 선택하신 이유도 궁금해요.
부산은 문화의 도시인 것 같아요. 부산이 제 고향이라 자연스럽게 부산에 공간을 만들게 되었지만, 부산 만의 매력이 확실히 있어요. 재미있는 사람들도 많고요. 사실 문화 관련 전공한 사람들이 아니면 일반 시민들 분들은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이나 프로그램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요. 먹고 살기 바쁘고 여유를 느끼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아 그런 부분이 아쉬운 것 같아요.
ㅣ대표님만의 활동의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만들어 가고 있으신가요. 어떻게 보고 계실까요?
저는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게 느껴져요. 내가 기획한 공연을 보고 누군가 기뻐하는 것. 내가 만든 커뮤니티를 통해 힐링을 얻고 삶의 활력을 얻어가는 것을 보면 지금의 활동들을 계속해서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대관이나 공연으로 그 활동을 지속해나가고 있고요.


ㅣ라움프라다바코의 앞으로의 방향이 궁금해요.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에요. 저희가 기획한 <청춘한끼>라는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모여서 해나가고 싶어요. 다양한 청년들을 만나서 공연도 만들고, 여러 재밌는 기획들을 해보고 싶어요.